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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예, 자신을 벗겨낸 끝에 마주한 가장 솔직한 모습 [가장 얇은 가죽]

| 강신원

사람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 거울을 보고,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고, 때로는 한없이 초라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단단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담예의 정규 앨범 [가장 얇은 가죽]은 바로 그 복잡한 ‘나’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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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서 말하는 ‘가죽’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른 외피이자 타인에게 보여주는 페르소나다. 동시에 자존심이고 자기방어이며, 쉽게 상처받던 담예의 얇은 피부이기도 하다. 하나씩 뜯어내고 또 뜯어낸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겹의 가죽. 하지만 아무리 벗겨내도 사람의 본질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얇은 가죽]은 ‘진짜 나’를 찾아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끝내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앨범에 가깝다.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이해하는 것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일에는 끝이 없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담예는 이번 앨범에서 그 시선을 잠시 내려놓는다. 생각보다 모순적이고, 생각보다 성숙하면서도 때로는 게으른 사람. 음악 앞에서는 고집스럽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순진한 사람. 그 모든 모습이 결국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심판하는 대신 이해하고, 이해한 뒤 다시 움직이는 것. [가장 얇은 가죽]을 지나며 담예가 발견한 것은 완벽한 자신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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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더 본능적으로

음악적으로도 이번 앨범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 전작 [The Sandwich Artist]가 비교적 팝의 문법 안에서 정교하게 완성된 앨범이었다면, [가장 얇은 가죽]에서는 익숙한 작업 루틴을 의도적으로 벗어났다. 새롭고 신선하고 자극적인 것을 좇았고, 판단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즉흥적인 선택과 무의식에서 건져 올린 아이디어들은 사이키델릭, 포크, R&B, 록, 팝을 자유롭게 오간다. 그 중심에는 기타가 있다. 앨범의 모든 곡에 기타가 등장하지만 전통적인 기타 사운드에 머무르지 않는다. Submarine pickup을 활용해 각 현에 서로 다른 처리를 가하고, 기타 신스 페달을 통해 기타를 신스와 스트링, FX처럼 변형한다. 기타는 더 이상 기타라는 하나의 악기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되고, 어떤 순간에는 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질감이 되며, 때로는 곡 전체를 무너뜨리는 소음에 가까워진다. 마치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처럼, 악기 역시 계속해서 자신의 형태를 바꾼다.


벗겨내고, 흔들고, 결국 혼자 남는 과정

앨범 초반부는 비교적 거칠고 장난스럽다. 〈뜯〉은 어쿠스틱 기타와 낯선 디지털 샘플, 아카펠라 콰이어로 시작해 앨범의 핵심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가장 얇은 가죽 아래에〉에서는 신스 베이스와 나일론 기타, 실험적인 공간감이 겹쳐지며 더욱 깊숙한 내면으로 들어간다. 〈i look like this〉에서는 Flatshop에서 함께 활동했던 Noogi의 묵직한 베이스와 크게 댐핑된 스윙 드럼 위에서 자신의 외모를 노래한다. 후반부에는 From All To Human의 Blesssing이 쌓아 올린 가스펠 콰이어가 등장한다. 

담예의 외모를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 그저 ‘이렇게 생긴 사람’이라는 사실을 과장될 만큼 장엄하게 노래한다. 양반들의 키보디스트 Calmoody의 연주는 이 장면을 더욱 크게 밀어 올린다. 이후 〈not my spotify〉에서는 자신이 세상에 많은 것을 양보하더라도 마지막 남은 자기 자신만큼은 지키겠다는 마음이 폭발한다. 양반들의 드러머 Dalgi가 연주한 드럼은 느슨하게 흘러가던 곡을 반복해서 뒤엎으며 순응과 고집 사이를 오가는 담예의 마음을 표현한다. 


〈천벌을 내리리라〉에서는 그 에너지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후반부의 드러밍은 제목 그대로 천벌이라도 내리는 듯 폭발하며, 자신의 게으름을 향한 분노를 거대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반골기질친구들〉에서는 래퍼 쿤디판다의 목소리를 샘플링하고, 프로듀서 HESSE와 oddeen이 함께 트랙을 완성했다. 최유담 역시 짧게 목소리를 보탠다. 담예 혼자만의 반골기질을 이야기하는 대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삐딱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의 감각을 한데 모은다. 그 과정에서 담예는 자신이 쌓아왔던 선민의식과 모순마저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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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악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앨범 중반을 지나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진다. 거칠고 장난스러웠던 세계가 조금씩 가라앉고, 담예의 시선은 보다 내밀한 곳을 향한다. 〈archie’s interlude〉는 그 변화를 연결하는 짧지만 중요한 경첩이다. archie가 프로듀싱한 이 트랙은 전반부의 소란을 정리하고 앨범의 후반부로 넘어가는 문을 연다. 이어지는 〈너 그러다 다쳐〉에서는 사랑에 뛰어드는 마음을, 〈사기꾼 증후군〉에서는 D’Angelo의 네오소울을 오늘의 감각으로 바라본다. 두 곡 모두 Noogi의 베이스가 중심을 잡으며 앨범에 한층 부드러운 그루브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nakedinmy〉에 도착한다.


가장 얇은 가죽 아래에 남은 것 

사람은 자신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담예는 아직 그 답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지나며 적어도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게 됐다. [가장 얇은 가죽]은 완벽한 자아를 발견한 기록이 아니다. 수없이 자신을 뜯어보고, 의심하고, 비웃고, 사랑한 끝에 결국 지금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한 사람의 기록이다. 가죽을 모두 벗겨내면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또 다른 가죽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마지막 한 겹까지 벗겨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담예는 그 안에 있는 자신이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드는 듯하니까.